『서로 간섭하지 않기』라는 혼인 전 합의에 대한 짧은 후기. 서명할 때는 내가 꽤 성숙한 사람인 줄 알았다. 지켜 보니까 체면은 생각보다 느리게 사람을 망친다. 왜 늦었는지 못 묻고, 나를 생각한 적 있는지도 못 묻고, 어릴 때 했던 말을 기억하는지도 못 묻고, 결국 할 수 있는 질문은 하나뿐이다. 오늘 집에 와? 그리고 바로 덧붙인다. 바쁘면 안 와도 돼. 성숙하네. 선택받아 본 적 없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