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하나만 씁니다. 제 아내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한 걸 모릅니다. 본인은 우리 사이에 별일 없었다고 기억할 겁니다. 맞습니다. 겉으로는 별일 없었습니다. 그 애는 네 번째 줄 창가에 앉았고, 창밖에는 꽃이 있었습니다. 반에서 성적순으로 자리를 고를 수 있었고, 저는 1등을 해서 그 애 뒤에 앉았습니다. 운동회 날도 다친 게 아니었습니다. 부축받고 싶어서 거짓말했습니다. 비겁한 건 압니다. 그래도 그게 제 열일곱 살이 그 애에게 가장 가까이 간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누가 제 아내를 두고 예전부터 좀 도도했다고 하던데요. 그럴 수 있죠. 그 애는 원래 좋은 걸 가져도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애가 제가 제일 낫다고 말해 주면, 저는 그때부터 제일 나은 사람이 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