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이 저를 두려워한다면 물러나는 게 맞습니다. 예법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방관자들의 눈에도 그게 옳겠지요. 그런데 물러나 보니 한 걸음 뒤에는 칼이 있었고, 두 걸음 뒤에는 혼약서가 관처럼 놓여 있었습니다. 문밖까지 물러나자 운명이 제 손을 빌려 배신을 완성하려 했고요. 그래서 저는 한 가지 비난만 받아들이겠습니다. 제가 방식을 틀렸다는 것. 다른 하나는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제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