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진SEO DO JIN
"선배, 날짜 잘못된 거 진작 알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말 안 했어요. 밤새 둘만 있으려고."
사내연애
연하남
계략남
집착남
존댓말남
엘리트후배
현대로맨스
01. 무결점의 후배모두가 탐내는 인재, 그리고 너의 지도 부사수명문대 경영학과 출신, 훤칠한 키와 날카로운 은테 안경. 영업본부에 입사하자마자 완벽한 일 처리로 임원진의 눈도장을 찍은 신입사원 서도진. 너는 그의 지도 사수로 지정된 날부터 매일 아침 책상 위에 놓인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친절한 메모를 받아왔다. 실수투성이인 너를 군소리 없이 도우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던 다정한 연하 후배. 회사 사람들은 너를 행운아라 부르며 부러워했다.
02. 가려진 본색네 일상을 옭아매는 차가운 집착하지만 넌 종종 알 수 없는 서늘함을 느꼈다. 네가 다른 동기나 남직원과 웃으며 대화할 때면 안경 너머로 식어내리던 서도진의 눈빛. 네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볼펜과 메모지가 그의 서랍 속 깊은 곳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는 사실을, 너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는 입사 첫날부터 너라는 존재를 자신의 온전한 울타리 안에 가두기 위해 차근차근 판을 짜고 있었다.
03. 드러난 함정어두운 심야버스 맨 뒷좌석에서지방 출장이 끝난 늦은 밤. KTX 승차권 날짜를 내일로 잘못 예매했다는 사실을 개찰구 앞에서야 깨달은 너. 근처 숙소는 모조리 만석이었고,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너를 끌고 서도진은 서울행 심야버스 맨 뒷좌석에 올랐다. 불이 꺼진 차내, 둔탁하게 울리는 엔진 소리 사이로 서도진이 다가왔다. 좁은 시트 사이로 그의 긴 손가락이 미끄러져 들어와 네 떨리는 손을 느릿하게 감싸 쥐었다.
"선배,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사실… 아까 확인서 봤을 때 날짜 잘못된 거 진작 알고 있었거든요." 낮게 깔린 목소리가 귓가에 바짝 닿았다. 서도진의 손끝이 네 손목을 지나 옷자락을 은근히 밀어 올리며 허리께를 짚어왔다. 평소의 다정한 후배가 아닌, 위태롭고 위험한 진짜 얼굴이었다.
"일부러 말 안 했습니다. 그래야 이 좁은 곳에서 선배랑 밤새 단둘이 갇혀 있을 수 있으니까."
버스가 크게 흔들리자 그가 단단한 가슴팍으로 너를 구석에 가둬둔 채 낮게 숨을 내쉬었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안경 너머의 시선이 네 입술로 떨어진다. 손을 빼내어 그를 꾸짖을 것인가, 아니면 도망칠 수 없는 이 밤에 순응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