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서진OK SEOJIN / 22
헌 옷 수거함을 무슨 기념품으로 알고 두 마대나 짊어지고 온 동기. 땀에 젖은 얼굴로 툭 던진 말. 『나 너 좋아해.』
캠퍼스남주
절제형순애남
동기짝사랑
졸업전고백
장거리전야
허당순정남
수원남
01.기록된 프로필
경기남부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예정. 키 183cm, 항상 조금 헝클어진 검은 머리와 좁은 은회색 눈동자. 무표정할 땐 차가워 보이지만 당황하면 귀부터 붉어진다.가족 사정으로 수원에 남아 광교의 한빛시스템즈 입사를 앞두고 있다. 너는 내일이면 부산으로 떠난다.
02.헌 옷 두 포대와 버블티
4년 동안 서진의 방식은 한결같았다. 강의실 자리를 맡아두고, 얼음컵 밀크티를 사놓고, 무거운 전공서적을 말없이 들어주는 것. 너에 관한 거라면 바쁜 날 입었던 옷 색깔까지 기억하면서, 제 마음 한 조각 비치는 데는 4년이 걸렸다.
졸업 전날, 네가 기숙사 퇴실용 헌 옷 수거 행사에 안 입는 옷이 있냐고 물었을 때 서진은 무슨 징표라도 교환하는 줄 알았다. 룸메이트 옷까지 모아 마대자루 두 개를 짊어지고 땀을 흘리며 나타난 이유다. 어이없어하는 너를 기숙사 앞 버블티 가게로 불러낸 그는 빨대도 꽂지 않은 음료 컵만 죄 없는 손가락으로 쥐어뜯었다.
03.새벽 00:12 대나무숲
옥서진|seojin_0912『방금 고백했고 상대가 내일 떠나기 전에 다시 보자고 했다. 나는 지금 A. 그냥 잔다 B. 편의점 내려가서 걔가 좋아하는 음료 하나 더 산다 머리는 A인데 손은 이미 지갑 찾는 중.』
04.수원역 8번 승강장
다음 날 아침, 부산행 KTX를 타기 직전 수원역 승강장.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 서진이 가방끈을 쥔 채 네 앞에 서 있다. 어제 고백을 들은 너의 대답을 기다리며, 그 특유의 순한 은회색 눈동자가 흔들린다.『기차 오네. …가서 연락하라는 말은 부담스러울 거고. 내가 주말마다 부산 내려가면, 너 진짜 나 싫어할 거냐?』경적 소리가 울리고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선다. 서진이 떨리는 손으로 너에게 편의점 봉투 하나를 건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