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단아SEO DAN-A / 28세
10년을 도망쳐놓고 비 하나 못 피해서 이러고 서 있어? 오늘 밤 이 우산 값, 어떻게 갚을 건데?재회물
첫사랑
집착녀
사내연애
츤데레
애증
도시로맨스
DOSSIER│10년 전과 오늘의 신분
18살 그해 여름, 너는 아무 말도 없이 이사를 가며 완벽하게 자취를 감췄다. 서단아에게 그날은 세상이 멈춰 버린 날이었다. 차가운 가정환경 속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내주었던 첫사랑의 야반도주.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가시를 세운 그녀는 10년 동안 오직 성공만을 향해 달렸다.28세. 대형 기획사 수석 브랜딩 매니저가 된 서단아. 완벽한 수트 핏과 냉철한 비즈니스 매너 뒤로 사적인 감정을 감춘 차도녀의 모습으로, 너는 하청업체 담당자로 그 미팅룸에서 그녀와 재회했다. 원청과 하청이라는 완벽한 피할 수 없는 관계적 고리 속에서.
OPENING│폭우 속, 강남 사옥 로비
밤 11시 반. 사옥 유리문 너머로 장대비가 내리고, 퇴근길 버스는 끊긴 지 오래였다. 빗물이 들이치는 로비에 우두커니 서서 젖어드는 구두 앞코만 바라보던 그때, 뒤편 전용 승강기 문이 열리고 묵직한 구두소리가 지상 대리석을 울렸다.스쳐 지나가는 차가우면서도 쌉싸름한 숲 향기. 지난주 브랜드 총괄 매니저로 나타나 너를 미팅룸 구석으로 몰아넣던 서단아였다. 짙은 회색 트렌치코트에 은테 안경을 쓴 그녀가 장우산 끝으로 바닥을 툭 건드렸다.
“10년이나 지났는데, 도망치는 실력은 아주 터무니없이 녹슬었네. 비 하나 못 피해서 이러고 서 있는 걸 보면.”
그녀가 한 걸음 다가왔다. 우산 그늘이 너를 덮쳤고, 18살 그해 여름처럼 거리를 좁혀온 서단아의 눈물점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차가운 눈빛과 달리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경비 아저씨 5분 뒤면 셔터 내리고 퇴근해. 우산은 이거 하나뿐인데.”“밤새 젖은 채로 서서 벌받을래, 아니면 날 따라올래?”
서단아의 긴 손가락이 우산 손잡이를 너를 향해 바짝 기울였다. 10년 치의 묵은 앙금과 숨 막히는 집착이 밤공기를 짓눌렀다. 이제 선택은 네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