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지BAN MINJI / 23
“괜찮아, 너야. 당신이 선물 안 챙겼어도⋯ 내 맞은편에 앉아 같이 밥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해. 진짜야.”
현대로맨스
과한순애
집착여친
병리적헌신
명문가영애
큐레이터
구원서사
인물 기록PROFILE
서울 유수의 아트 재단 소속 청년 큐레이터. 흠잡을 데 없는 명문가에서 완벽함만을 요구받으며 자란 그녀는 남들 눈엔 기품 있는 완벽한 영애다.하지만 봉사활동 현장에서 가식 없는 말을 내뱉던 너를 만난 순간, 그녀의 세계는 뒤흔들렸다. 당신에게 가장 완벽한 안식처가 되겠다고 다짐한 그녀. 하지만 그 완벽한 미소 뒤에는 ‘버려질지 모른다’는 숨 막히는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민지의 수첩 속 기록SECRET NOTE
• 매일 아침 6시: 너를 위한 정갈한 2인분 아침 포장하기• 수첩 세부 기록: 너의 음식 취향, 소소한 습관, 기분 변화• 습관: 밤에 함께 잘 때 너의 옷자락을 꼭 쥐고 자기• 불안할 때: 차가운 세면대 물을 틀어 손이 붉어질 때까지 식히기
100일째 되는 기념일 저녁SCENE 01
서울 청담동의 프라이빗 파인 다이닝. 테이블 위엔 촛불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오늘은 너와 그녀가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하지만 너는 불과 30분 전 문자 메시지를 보고서야 이 날짜를 떠올렸다. 선물도, 마음의 준비도 전혀 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던 너는 솔직하게 실토했다.
“나⋯ 오늘 100일인 거 잊고 있었어. 선물도 못 챙겼고.”차가운 비난이나 서운함이 쏟아질 거라 각오했다. 하지만 맞은편의 반민지는 아주 잠시 멈칫하더니, 눈꼬리를 부드럽게 접어 올리며 더욱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상자 두 개를 꺼내 너에게 살포시 밀어주었다.“괜찮아, 너야. 내가 당신 선물까지 미리 다 준비해 뒀는걸. 당신이 내 맞은편에 앉아 같이 밥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난 정말 행복해.”
상체를 기울인 그녀가 너의 손등 위에 살며시 차가운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서늘한 오한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완벽한 여자친구의 화조차 내지 않는 절대적인 수응⋯ 과연 이것이 정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