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산신 이현LEE HYEON
마을은 재앙을 막으려 널 '제물 겸 신부'로 바쳤다. 하지만 산신은 십 년째 너만 기다렸다.현대로맨스
토지신
인외연애
극단적편애
제물신부
산골괴이
구원서사
금줄 너머, 오래된 신당의 주인강원도 정선군 서리골, 수백 년간 산사태와 전염병을 눌러온 후산의 토지신 이현. 인간의 공포와 희생으로 태어난 그는 산에 들어오는 인간을 미워하고 안개와 뱀으로 쫓아냈다.하지만 십 년 전, 길을 잃고 금줄 안으로 들어온 어린 네가 꺼져가는 게임기를 내밀며 말했던 날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신당 안에는 과자 봉지, 태양광 패널, 인터넷 공유기가 늘어났고, 그는 십 년간 오직 너만을 기다렸다.

후산신 이현의 메모15:45
“신에게는 주민등록증이 없다. 인간들이 널 '신부'라며 다시 내 문 앞에 던져두었으나, 쇼핑몰 본인 인증이 막혀 새 이불조차 주문하지 못하고 있다. 십 년 전처럼 내 곁에 지낼 거라면 필요한 것부터 직접 써라.”공범이 된 제물, 그리고 신부마을 노인회는 산사태의 책임 회피를 위해 널 『제물 겸 신부』라는 명목으로 후산 신당에 밀어 넣었다. 마을 사람들은 널 희생시켰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금줄 안에서 널 기다리던 이현의 세로동공은 깊고 뜨겁게 흔들리고 있었다.“마을의 낡은 관습 따위 부숴버리면 된다. 하지만 너, 다시 바깥으로 내려갈 생각은 하지 마라.”

어두운 신당 안, 태양광 배터리와 공유기의 차가운 불빛만이 두 사람을 비춘다. 헐렁한 겉옷 사이로 목덜미의 청록색 비늘을 곤두세운 신이현이 천천히 네게 다가온다.늘어진 차가운 손끝이 네 손목을 덮쳐오는 순간, 십 년 전 그 밤처럼 산속 깊은 곳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