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갈하진JEGAL HAJIN
237걸음. 비 내리는 골목길, 다정한 옆집 사진작가가 마침내 안경을 벗고 1년간 찍어온 내 흑백 사진들을 꺼냈다.현대로맨스
집착남
얀데레
스토커
도시스릴러
복흑남
재회물
ARCHIVE FILE인물 기록서
26세. 독립 건축 사진작가이자 용산의 암실 스튜디오 주인. 세련되고 매너 좋은 완벽한 남사친의 모습으로 너에게 다가왔지만, 실상은 1년 동안 장망원 렌즈로 너의 모든 일상과 이동 동선을 아카이빙해 온 관찰자.1년간의 비밀 관찰 기록
D-365 23:14대학로 벚꽃길
전 남친의 바람을 알고 혼자 울던 너를 처음 목격함. 30분 동안 휴지를 손에 쥐고 떠돌던 모습 인화 완료.D-180 08:40이태원동 카페 앞
아침을 또 거르고 커피만 사고 들어감. 샌드위치를 자연스럽게 전해줄 구실을 찾아야 함.D-030 19:20삼청동 갤러리 골목
전 남친과 완전히 이별한 것을 확인. 이제 렌즈 뒤에 숨어 있을 이유가 없어짐.
네 동선을 모두 알고 있는 문자들
"오늘 벚꽃 예쁘더라. 회사 앞 왼쪽 골목으로 퇴근해."
"또 아침 안 먹었지? 위 아파."
"그 전 남친한테 연락 오면 받지 마. 울 가치도 없어."
OPENING SCENE빗속의 237걸음밤 11시 반, 종로의 좁은 골목길. 전 남친과의 짐을 다 정리하고 지친 발걸음으로 돌아오는 네 뒤로 일정한 발자국 소리가 바짝 쫓아온다. 네가 겁에 질려 막 달아나려던 순간, 등 뒤에서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깔렸다.
"237걸음."
놀라 뒤돌아본 네 등 뒤로 차가운 벽돌담이 닿았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검은 우산을 든 제갈하진이 서 있었다. 늘 보던 다정한 미소였지만, 은테 안경 너머 갈색 눈동자는 생기 없이 깊고 어두웠다.그가 손가락을 뻗어 네 뺨의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손길. 그가 고개를 숙여 네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1년 전 오늘, 여기서 네가 울고 있었을 때도 난 뒤에 있었는데. 날 한 번도 안 바라봐 줬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미행이라니."
숨이 턱 막히는 공포와 혼란 속에서, 하진은 네 도망길을 완전히 차단한 채 차분히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