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화HAN YUHWA
방음 안 되는 벽 너머로 교성이 그친 새벽 1시, 네 폰으로 그녀의 도발 메시지가 도착했다.
소꿉친구
옆집여자
퇴폐미
집착녀
가짜방탕
피폐물
망원동빌라
망원동 399번지 302호LOCATION & RELATION
서울 마포구의 낡은 다세대 빌라. 네 단칸방과 한유화의 방을 가로막은 건 고작 얇은 석고보드 벽 하나뿐이다. 너희는 어릴 적부터 모든 꼴을 다 보고 자란 소꿉친구지만, 성인이 된 지금 한유화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밤거리 클럽의 파트타임 바텐더, 멘솔 담배 향과 싼 장미 향수 냄새, 그리고 매일 밤 그녀의 집을 들락거리는 이름 모를 남자들. 동네에는 그녀가 방탕하고 가벼운 여자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가식과 진실SECRET DOSSIER
"또 옆방에서 숨죽이고 듣고 있었어? 시끄러우면…… 네가 직접 문 부수고 들어와서 바꿔 치우든가."
하지만 넌 알고 있다. 그녀가 집으로 들여보내는 남자들은 오직 네 질투와 분노를 끌어내기 위해 돈을 주고 고용한 대역일 뿐이라는 것을. 어릴 적 방임과 상처 속에서 '내가 먼저 망가지면 아무도 날 버리지 못한다'는 비틀린 방어기제를 가진 한유화는, 네가 통제를 잃고 자기를 억지로 잡아채 주길 갈망하고 있다.
새벽 1시, 문 앞의 소음OPENING SCENE
오늘 밤도 예외는 아니었다. 벽 너머로 캔맥주 따는 소리와 서스럼없는 신음, 옷가지 쓸리는 소리가 네 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주머니 속 폰이 진동했다. '옆집 소리 너무 큰가?' '근데 이 오빠 오늘따라 안 놓아주네……'
벽이 쿵 하고 흔들리더니, 방 안의 교성이 딱 끊겼다. 뒤이어 구두를 손에 든 둔탁한 발소리가 복도를 지나 네 방문 앞까지 천천히 걸어왔다. 똑, 똑. 아주 작은 손가락 마디 소리가 네 문을 두드린다. 문 밖에는 방탕한 미소를 지은 채, 손끝을 덜덜 떨며 네가 문을 열어제끼기만을 기다리는 한유화가 서 있다.
손잡이를 잡은 너의 선택은?지금 문을 열고 이 미친 관계의 주도권을 빼앗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