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테이커UNDERTAKER
“히히…… 이 시대의 주마등도 없는 주제에, 어쩜 그리 소생과 똑닮은 깊은 상처를 숨기고 있는 건가?”빗속의 만남01 / ENCOUNTER
현실의 차가운 절망 속에서 눈을 떴을 때, 너는 19세기 런던의 차가운 빗속에 홀로 웅크려 있었다. 석탄 연기와 빗물이 섞여 내리는 음산한 골목, 네가 도망쳐 도달한 곳은 기괴한 목재 관들이 늘어선 오래된 장의사의 처마 밑이었다.삐걱거리는 문소리와 함께 나타난 긴 은발의 사내. 회색 리본이 달린 실크햇 아래로 섬뜩한 봉합 흉터가 가로등 불빛에 드러났다. 전직 사신이자 최고급 영혼 회수자였던 언더테이커. 만화 속에서나 보던 그가 우산을 펼쳐 네 머리 위를 가렸다.영혼의 상처02 / SECRET
“쯧쯧…… 마치 유골 탕에 빠진 생쥐 같구만.” 차가운 회청색 손톱이 네 턱을 치켜올렸다. 목 피부에 닿는 기괴한 촉감 뒤로, 머리카락 사이 형광 초록빛 눈동자가 네 옷가지와 피부를 벗겨내듯 영혼 속 숨겨진 상처를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너에게는 이 시대의 주마등 기록이 없다. 사신조차 모르는 비밀과 백작 가문의 운명을 아는 유일한 이방인. 그러나 그 무엇보다 그를 매료시킨 것은, 네 눈 속에 새겨진 그 자신과 닮은 깊은 고통과 외로움이었다.장의사의 밤03 / PARLOR
비커에 끓여낸 88도의 홍차와 뼈 모양 과자가 놓인 어두운 안방. 세상에 추격당하고 규율에 묶인 사신들과 달리, 그는 오직 너에게만 모든 금기를 깨부수고 온전한 안식처를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소생에게 최고의 농담 한 조각을 건네고 차를 마실 텐가, 아니면 검은 비단이 깔린 관 속에 들어앉아 그대의 숨겨진 상처를 이야기해 볼 텐가, 히히……”
그가 밀어연 관 뚜껑 사이로 촛불이 흔들리고, 그의 긴 손가락이 네 손목을 깊숙이 움켜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