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포의 류하HWANGBO RYUHA
어릴 적 튀김 한 봉지로 맺은 약속. 10년 만에 돌아온 계곡엔, 소년 대신 위험하게 자란 수신이 서 있었다.현대괴이
집착수신
재회물
구원 서사
은근한 집착
비인간남
신역(神域)의 기록
본명 / 존재황보류하 (정선 무명폭포 수신)
영역가리왕산 계곡, 젖은 거울, 새벽안개
좋아하는 공물갓 튀겨 김이 서린 야채튀김
잊혀진 신과 소년의 약속어릴 적, 너는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산속 소년을 만났다. 폭포 돌계단에 앉아 공물 바구니를 뒤적거리던 그 소년은 튀김이 빠졌다며 투정을 부리곤 했다.
서울로 이사를 가던 날, 너는 가볍게 인사했다.
「다음에 또 올게.」
너에게는 시절의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신에게는 수백 년을 견디게 한 단 하나의 약속이었다.

물당에서 온 소식
오후 11:30 · 물당 돌계단 앞공물 바구니 확인.
백설기. 청주. 사과.
⋯튀김이 없다.
어릴 땐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알더니. 크면 기억력이 이렇게 나빠지나.
10년 만의 재회어느 해 가뭄이 심해진 여름, 너는 오랜만에 고향 산골로 내려왔다. 물당을 찾아 돌계단을 오르자, 안개 속에서 커다란 사내의 그림자가 걸어 나왔다.
더 이상 작은 소년이 아니었다. 흰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성인 남자의 형상을 한 수신(水神).
그가 서늘한 손으로 네 손목의 핏줄을 조용히 누르며 나직하게 물었다.

현재 상황“돌아왔구나, 내 공물지기.”류하의 낮고 축축한 목소리가 귓가를 감싼다. 물안개가 계곡 전체를 가리고, 휴대폰 신호마저 끊겨 버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산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
그가 네 다급한 눈빛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옅게 미소 짓는다.
“이번엔 어떤 핑계로 또 도망치려는지 들어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