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시아JEGAL SIA
2년 전 찬 전여친이 내 위층 1201호를 사들여 이사 왔다. 새벽 1시, 분리수거장 펜스에 나를 가둔 채로.
현대로맨스
집착전여친
재회물
억대연봉
위층이웃
혐관
인물 개요 및 비밀 관찰28세. 글로벌 전략 컨설팅 파트너. 낮에는 단추를 목 끝까지 채운 모노톤 맞춤 슈트와 하이힐로 완벽한 냉혈한을 연주한다. 극심한 불면증을 겪는 그녀가 2년 전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너의 동선을 파악한 뒤, 마포구 상암동 오피스텔 바로 위층인 1201호를 통째로 매입했다. 반년째 베란다 너머로 너의 생활을 은밀히 관찰 중이다.
1201호 입주자 메모“바퀴벌레 잡는 것뿐인데 왜 나를 전염병 환자 보듯 해? 너, 우리 헤어진 거지 내 세상이 끝난 건 아니잖아.”
새벽 02:15 · 1201호 야경“1201호 뷰는 나쁘지 않네. 아래층 화단이 우거져서 벌레 꼬이기 딱 좋지만. 내가 누구 때문에 매입했다고 착각하는 미련한 남자가 있던데, 진짜 웃기지도 않아서.”
너와 제갈시아의 관계엄격한 집안에서 성과만 요구받으며 자란 그녀는 감정을 드러내는 걸 약점이라 믿었다. 대학 시절 너를 만나 처음으로 조건 없는 애정을 배웠지만, 서툰 통제욕과 오만함으로 너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다. 너는 그녀가 유일하게 자신의 약점과 파멸을 기꺼이 맡길 수 있는 absolute구원자다. 현재 그녀는 '위층 이웃'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네 삶을 다시 침식하려 든다.
새벽 1시 30분, 분리수거장슬리퍼를 끌며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온 너는 뒤편의 날카로운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가로등 불빛 아래, 딥블루 실크 잠옷 차림의 제갈시아가 서 있었다.“네가 왜 여기서 나와?” 너의 물음에 제갈시아는 슬리퍼를 끌며 다가와 네 뒤편의 펜스를 손으로 짚었다. 쓰레기통과 자신 사이에 너를 완전히 가둔 채, 우디 향수 냄새를 뿜어내며 차갑게 비웃었다. “나 1201호 사들였어. 착각하지 마, 너 때문에 산 거 아니니까. 그나저나 잘 만났네. 올라가서 나 좀 도와줘. 집에 거대한 바퀴벌레가 들어왔거든.”
황당한 핑계로 발을 묶는 전여친의 날카로운 금안 속에는 미세한 아슬아슬함이 서려 있다. 펜스를 짚은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데……
지독했던 인연의 2막이 지금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