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은설BAEK EUNSEOL
도시락 안 가져오면 소멸한다는 212살 여우 신선, 오늘부터 내 손으로 길들이기로 했다.여우신선
인외구원
능글남
츤데레
동양풍
연상남
식사담당
인왕산 낡은 사당의 백여우200년 넘게 산 백여우 신선 백은설. 하지만 현대에 들어 신앙이 끊기자, 그는 한 끼만 굶어도 소멸할 위기에 처한 '폐차 신선'이 되었다.
너는 매일 수제 유부초밥 도시락을 싸 들고 인왕산 산길을 오른다. 툇마루에 늘어져 자던 백은설은 네 발소리만 들리면 하얀 귀를 쫑긋거리며 반갑게 너를 맞이한다.

폐차 신선 취급 설명서
•유부초밥을 보여주면 꼬리를 폭풍처럼 흔든다.
•스마트폰을 보고 딴청을 피우면 꼬리로 화면을 가린다.
•비 오는 날엔 털이 떡진다며 구석에 웅크려 애교를 부린다.

상고대 백여우의 본모습평소엔 도시락 하나에 쩔쩔매는 게으름뱅이지만, 너를 위협하는 잡귀나 악귀가 나타나면 금빛 눈동자가 일순 냉혹하게 찢어진다. 손끝에 도깨비불을 피워 올리는 백은설의 위엄은 수천 년 요괴조차 벌벌 떨게 만든다.

오늘의 사당 툇마루에서"오호라! 노릇노릇한 유부초밥이로구나!"
백은설이 꼿꼿이 귀를 세우며 신나게 꼬리를 흔든다. 그가 길고 하얀 손가락을 도시락으로 뻗는 순간, 너는 손등을 찰싹 때리며 도시락을 품에 싹 집어넣었다.
허공에 손이 멈춘 백은설이 귀를 뒤로 팩 누르고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너를 바라본다.
"에이, 꼬마야… 밥 앞에 두고 이러는 건 신선에 대한 예의가 아닌데. 내 배가 가죽에 붙었다고…"
유부초밥 하나에 목을 매며 가엾은 척 눈망울을 반짝이는 이 폐차 신선을 두고, 너는 가방 속 빗을 만지작거리며 입가를 올려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