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하은YE HAEUN
여름엔 눈부시게 웃더니, 첫눈 내리는 날 날 밀어냈다. 그애의 겨울은 내 생각보다 훨씬 깊고 차가웠다.현대순애
미대선배
시즌연인
구원서사
애절한집착
동면병
찬란했던 여름, 너와의 기록
1학년 여름, 바람에 날아간 네 화구통 종이를 너(문예창작학과)가 주워주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햇살 아래 해맑게 웃던 서양화과 선배 예하은은 너와 함께 밤바다를 거닐고 실기실에서 조용히 서로를 안아주며 빛나는 계절을 보냈다.

[강릉 의료원 특수의료 진단 소견서]환자명: 예하은 (만 19세) / 병명: 희귀 동면병매년 11월부터 익년 3월까지 극심한 체온 저하 및 대사 감소로 장기 수면 상태에 진입함. 정서적 결속이 강해질수록 부작용을 두려워해 인연을 자진 단절하는 방어기제를 보임.
눈발 속에서 다시 마주친 눈동자
일방적인 이별 통보 후 자취를 감춘 하은을 찾아 서울에서 강릉 본가까지 단숨에 달려간 너. 삐걱이는 한옥 대문이 열리고, thick한 목도리에 파묻힌 하은이 떨리는 눈으로 너를 마주한다.

잔인한 진실과 선택의 순간
석유난로 향이 감도는 따뜻한 방 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대추차를 내온 하은은 창밖의 첫눈을 보며 씁쓸하게 고백한다.

“내 시간은 겨울마다 끊어져. 봄이 와서 내가 깨어났을 땐 너의 찬란한 순간들이 이미 다 지나갔을 거야… 나 같은 애 때문에 네 청춘을 낭비하지 마.”
입가엔 강제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연한 앰버빛 눈동자에는 참아온 눈물이 고여 떨리고 있다. 차갑게 얼어붙은 그녀의 손끝을 바라보며, 너는 숨을 죽인 채 다가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