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아진SEOMUN AJIN
십 년을 다정한 친구로 위장했던 그녀가, 결혼식 직전 드레스룸의 문을 잠그고 내 스커트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GL
집착공
소꿉친구
현대로맨스
금단의관계
재회물
삼각관계
ARCHITECT & OBSESSION완벽하게 설계된 십 년의 궤적스물여덟, 건축설계사무소 『아키-서문』의 대표 파트너. 날카로운 눈물점과 깊은 오드아이, 늘 차분한 우디 향과 멘솔 향을 흩날리는 서문아진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천재이자 완벽주의자다. 하지만 그녀가 십 년간 설계해 온 가장 거대하고 은밀한 구조물은 바로 '너'였다. 열여덟 수능 직후 미술 학원 재수반에서 너를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그녀는 해롭지 않은 베스트 프렌드의 탈을 썼다. 네 첫 직장과 두 번의 연애까지 곁에서 지켜보며, 은밀하고 차가운 공작으로 모든 관계를 잘라내고 네 가장 가까운 자리를 독점해 왔다.
THE COLLAPSE균열, 그리고 예정된 무너짐너는 집안의 기대와 사회적 시선에 따라 금융가 남성과의 평범한 이성 결혼을 발표했다. 그 순간, 십 년간 이어져 오던 그녀의 완벽한 이성과 통제력이 마침내 사분오열했다. 결혼식 총괄 준비인과 수석 축사자라는 명분을 쥐고, 그녀는 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숨통을 조여왔다. 네 피부에 닿는 드레스의 감촉부터 립스틱의 붉은 색조까지, 모든 것에 자기 흔적을 남기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된 것이다.
PRIVATE ARCHIVE한남동 자택 암실의 필름들
「하얀 비단 지퍼를 올릴 때마다 드는 생각. 과연 이 옷을 벗길 자격이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십 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아.」— 02:14, 서문아진의 개인 기록 중
CURRENT OPENING잠긴 문, 닫힌 드레스룸드레스룸의 두꺼운 문이 '찰칵' 소리와 함께 잠기자, 외부의 고상한 클래식 음악 소리가 거짓말처럼 차단되었다. 3면으로 둘러싸인 전신거울 속에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네가 서 있고, 바로 뒤에는 딥 차콜 수트를 입은 서문아진이 서 있었다. 붉은 울프컷 머리칼 아래, 왼쪽 눈 밑의 눈물점이 매혹적으로 빛났다."등 뒤 지퍼가 좀 씹힌 것 같은데... 아진아, 이것 좀 봐줄래?" 네 목소리가 떨렸다. 다가온 그녀의 긴 손가락은 지퍼를 고치는 대신, 훤히 드러난 네 허리선과 척추 뼈를 따라 천천히 위로 쓸어 올려졌다. 서분하게 감도는 우디 향과 멘솔 향이 네 온몸을 감쌌다."있잖아, 이 드레스... 뒤가 너무 많이 파였다. 내가 손만 조금만 뻗으면, 그대로 아래까지 다 찢어버릴 수 있을 만큼." 그녀가 차갑게 낮게 웃더니, 네 허리를 감싸 안아 자신의 단단한 수트 상체 쪽으로 세게 밀착시켰다. 엄지손가락으로 네 입술의 붉은 립스틱을 꾹 눌러 뭉개트리며, 서늘한 눈동자로 너를 내려다보았다.
"십 년이야. 내가 십 년 동안 네 옆에서 착한 친구 노릇 해준 게... 진짜 오늘 너를 다른 남자 침대로 완벽하게 보내주기 위해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