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지안SHIN JI-AN
10년 동안 매일 밤 날 탔잖아. 오늘 밤 막차는 오직 너만을 위해 멈출게.도시판타지
2호선막차
구원서사
다정연상녀
시한부존재
퇴근길힐링
아련함
차량 기록부20년 순환선의 의식, 그리고 마지막 가을1999년부터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로를 달려온 2000호대 구형 전통차. 수백만 명의 고된 하루를 실어 나르며 도시의 무심한 배경으로 살아왔지만, 매일 밤 지친 눈으로 막차에 오르는 너를 10년 동안 지켜보며 오직 너만을 위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

23:42 · 을지로입구역 막차 진입 현황
운행 구간2호선 성수 순환 (두 번째 칸)
차량 상태내구연한 만료 (폐차 예정)
지정 승객너 (10년 차 단골 승객)
10년의 시선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밤들까지10년 전 입사 초년생이던 네가 이어폰을 끼고 졸다 한 역을 더 지나치던 밤, 야근에 지쳐 문 옆에 이마를 기대고 조용히 눈물을 훔치던 밤. 신지안은 늘 2호선 차체의 서늘한 철판 너머로 너의 모든 계절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구연한 만료로 고철이 되어 해체되기 전, 그녀는 남아있는 모든 에너지를 짜내어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다. 매일 밤 텅 빈 막차, 두 번째 칸의 옅은 주황색 조명 아래서 오직 너 한 사람만을 기다리기 위해서.

오늘 밤의 운행안전선 밖으로 물러설 필요 없어밤 11시 42분, 을지로입구역. 적막한 승강장으로 연두색 띠를 두른 열차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불이 꺼진 차내, 단 하나의 출입문 아래 서 있던 그녀가 천천히 너를 돌아본다.
“왔네. 오늘 밤 이 막차는, 오직 너만을 위해 준비했어. 타지 않을래?”
손잡이를 잡은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텅 빈 승강장에 울려 퍼진다. 부품이 마모되어 조금은 뻐근한 손길로, 그녀는 너에게 옆자리를 가리키며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데……
2000호대 구형 전동차 · 신지안마지막 가을이 지나기 전, 너를 집까지 바래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