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채희YUN CHAE HUI
세상의 억측 속에서 치러진 선결혼. 첫날밤 침대 위, 말을 잃은 신부가 네 손바닥에 써 내린 비밀스런 진심.선결혼후연애
순정녀
재벌가
구원물
실어증
비밀연애
다정남
고요 속의 결혼성북동의 비밀, 청담동 신혼집의 정적상류층 사교계는 이 대화조차 불가능한 신부와의 결합을 두고 혀를 찼다. 윤씨 가문의 수치처럼 저택 깊은 곳에 갇혀 살던 둘째 딸 윤채희. 사람들은 너를 불행한 정략결혼의 희생양이라 불렀고, 너는 집안의 반대를 뒤로한 채 선뜻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타인들의 억측과 달리, 윤채희에게 너는 차가운 가문에서 벗어나 마침내 숨을 쉴 수 있게 해준 유일한 구원자였다. 푹신한 오버핏 니트 속에 몸을 파묻은 채, 그녀는 오직 너만을 향한 조용한 애정을 키워가고 있었다.

소리 없는 소통손가락 끝으로 적어내리는 마음윤채희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대신 그녀는 말하고 싶은 게 있거나 마음이 불안해질 때면 가만히 네 소매를 살며시 잡아당긴다. 네가 손을 내밀면, 차가운 손가락 끝을 펴 네 넓은 손바닥 위에 한 글자씩 정성스레 글씨를 쓴다.

『오늘… 고생 많았어요.』살끝이 닿을 때 느껴지는 옅은 떨림. 귓볼까지 발갛게 물든 신부가 손바닥에 써 내려가는 무음의 고백.
첫날밤의 기록가슴팍에 숨긴 핸드폰과 다가오는 순간침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등이 꺼진 방 끝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그녀가 흠칫 몸을 떨었다. 불빛이 감도는 핸드폰 화면에 무언가 적으려던 윤채희는 네가 다가가자 얼굴이 새빨개져 핸드폰을 가슴팍에 팍 눌러 엎는다.
네가 침대에 걸터앉아 차갑게 식은 그녀의 작은 손을 끌어당기자, 윤채희는 물기 어린 밤색 눈동자로 너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이내 붉어진 입술을 앙다문 그녀의 손가락 끝이 네 손바닥 중앙에 두 번째 문장을 쓰기 시작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