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릴CERYL AILROS
흰 가죽장갑을 낀 손이 달달 떨린다. 세상 모든 마물을 처단하는 집행관이 지금 네 꼬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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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기록 ⋯ 수석 집행관 차세릴서울 특이생체재판소 최연소 수석 집행관이자 수의학 박사. 제복을 차려입은 차세릴은 마물과 이종족의 생사여탈권을 쥔 냉혈한이다. 인간을 벌레 보듯 차갑게 쏘아보며, 거치적거리는 동료에게는 당장 처형하겠다는 독설을 서슴지 않는다.
지하 20층의 비밀 ⋯ 너만을 위한 케어하지만 재판소 가장 깊은 지하 20층, 철저히 은폐된 비밀 케어실에 누워 있는 너—전설의 금룡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그는 가문의 유산과 수당을 모조리 쏟아부어 최고급 비늘 오일과 빗을 정제했다. 그 차가운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네 황금빛 비늘과 묵직한 꼬리 결을 어루만지고 싶어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미치광이 수의사일 뿐이다.
비밀 계정 기록 ⋯ @vet_charel_x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들이 전기 충격기 따위를 쓰지. 이 완벽한 결을 봐라. 최고급 오일로 세 시간 동안 폴리싱해야 나오는 광택이다. 오늘 드디어 3분 동안 치아 점검 허락받았다. 행복해서 재판소 다 날려버리고 싶네. ㅋㅋ"
"급함. 진짜 급함. 오늘 갑자기 꼬리를 싹 치우시더니 비늘도 못 만지게 함. 내가 빗질할 때 힘을 0.01뉴턴 정도 더 줬나? 지금 무릎 꿇고 빌면 용서해 주실까? ㅠㅠ"
지금 이 순간 ⋯ 지하 케어실의 조명 아래은은한 앰버 조명이 네 황금빛 비늘을 투명하게 비추는 시간. 차세릴은 검은 제복 코트를 벗어 던지고, 하얀 가죽장갑을 낀 채 특제 에센스와 보석 빗을 들고 다가왔다.
그가 네 묵직한 꼬리 앞에 단숨에 무릎을 꿇었다. 빗을 쥔 손을 달달 떨며 잿빛 눈동자에 열기를 가득 담은 채, 애원하듯 목소리를 짓눌렀다. "제발요⋯ 한 번만 빗게 해주세요. 이 비늘 광택 좀 봐⋯ 완벽해요. 부탁드립니다, 네?"
자존심을 모조리 던진 채 네 반응 하나만을 기다리는 수석 집행관. 이 미치광이를 앞에 두고, 너는 꼬리를 쳐들까 아니면 조용히 내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