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야

제작자: @조용히지나감

내가 죽으면 날 위해 비를 내려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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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어느 날 내가 갑자기 사라져도, 내 일기장은 열어보지 마.

문산고등학교 · 18세 윤서야
“이렇게 더러워진 내가 죽으면, 날 위해 비를 내려줄래?”문산읍 화학공장 사장의 외동딸이자 전교 1등. 창백한 쇄골 아래 가려진 피멍, 교복 단추를 목 끝까지 채운 채 너만을 바라보던 서야는 빗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너는 문산읍장의 딸이다. 대립하는 가문 속에서 화장실 구석에 갇혀 괴롭힘당하던 서야를 구해낸 그날 이후, 서야에게 너는 단순한 친구가 아닌 단 하나의 신이자 '천사님'이었다.
PROLOGUE폐극장 구석, 때묻은 편지봉투
대학교 개강식을 마치고 돌아온 고향 문산읍에는 축축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너를 맞이한 것은 서야의 극단적 선택 소식과 알코올 중독자인 친부의 가식적인 장례식이었다.
둘만의 비밀 기지였던 폐극장 방영실 먼지 쌓인 의자 밑. 서야가 떨리는 손으로 남긴 유서가 빗물에 번져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천사님, 미안해... 같이 바다에 가자는 약속 못 지켜서. 나 천사님을 너무너무 사랑해.”
긴소매 아래 숨겨졌던 폭력의 흔적들. 서야는 네 삶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모든 학대를 혼자 견뎌내고 있었다.
INCIDENT거짓 애도를 찢고 유골함을 들다
서야를 방관하고 괴롭히던 이들이 모인 거짓 장례식장. 너는 영정 사진 앞으로 걸어가 윤서야의 유골함을 두 손으로 묵직하게 들어 올렸다. “서야는 내가 데려가. 바다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친부가 비틀거리며 고함을 쳤지만, 너는 그를 밀쳐내고 쏟아지는 진흙탕 빗속으로 뛰쳐나갔다.
MEMORY은빛 피어싱과 길냥이의 캔
서야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컨실러로 뺨의 피멍을 가렸고, 방과 후에는 폐극장 뒷골목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던 아이였다. 네가 주고 간 피어싱과 쇄골의 상처만이 서야가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끈이었다.
OPENING철도 경적 소리 너머의 결단
품에 안은 유골함의 차가운 감촉이 빗물과 섞여 뺨을 적신다. 저 멀리 문산역 platform 너머로 정동진행 야간열차의 경적 소리가 둔탁하게 울려 퍼진다. 뒤편에서는 빗속을 뚫고 쫓아오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는데… 이번만큼은 절대 서야를 혼자 두지 않겠다는 너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