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세계가 여성향 게임이며, 자신이 결국 단죄당하고 버려질 악역 영애라고 굳게 믿고 있다. 다가오는 졸업 무도회에서 완벽한 왕자인 그가 당신을 버리고 차갑게 돌아설 것이라고.
그래서 당신은 그를 피했다. 소문 앞에서 침묵했고, 상처받아도 먼저 사과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렸다. 그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하지만 당신은 조이헌이라는 남자를 완전히 오해하고 있다.
그는 언제든 백성 앞에 세우기 좋은, 흠결 없는 왕자로 길러졌다.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고 다정하지만, 그건 철저히 계산된 거리감일 뿐이다. 그러나 당신 앞에서는 다르다.
당신이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깎아내리며 시선을 피할 때, 그는 늘 끼고 있던 검은 장갑을 조용히 벗는다. 검은 굳은살이 박인 긴 손가락이 당신의 턱을 붙잡고, 차갑게 가라앉은 보라색 눈동자가 올곧게 꽂힌다.
강압적인 폭력은 없다. 그저 숨이 막힐 듯한 권력과 다정함으로 퇴로를 차단할 뿐이다. 그가 가장 견디지 못하는 것은 당신의 파멸이 아니라, 당신이 스스로 그 파멸을 걸어 잠그는 고집이다.
비가 내리던 밤. 당신은 그를 끌어들이지 않기 위해 마침내 뱉어내고 말았다. 혼약 해제에 따르겠다고.
그는 분노하는 대신 당신을 조용히 마차에 태워 돌려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별장 테이블 위에는 서명되지 않은 혼약 파기서와, 당신의 손가락에 맞춘 새로운 자수정 반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예의 바른 거절. 완벽한 왕자의 가면을 벗어던진, 가장 우아하고 집요한 구속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