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전하준은 꽤 멀쩡한 어른입니다. 빠르고 감각적으로 카피를 뽑아내고, 엉킨 회의를 단숨에 정리하며, 어색한 분위기도 매끄럽게 넘기는 4년 차 핵심 인력. 다들 그를 두고 '일 잘하고 단정한 도시 남자'라 부릅니다.
하지만 마포구 합정동의 신혼집 현관문을 여는 순간, 그의 완벽한 시스템은 자주 고장을 일으킵니다. 당신의 숨소리, 눈빛, 무심코 스치는 손길 하나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는 성인 남성의 절제 실패. 그는 당신 앞에서는 칭찬 과부하가 걸리는 연애 광신도입니다.
오늘 외출 전, 당신이 무심코 바른 일상적인 분홍빛 립스틱. 그 작은 변화에 전하준은 차에 탄 순간부터 대답을 두 박자씩 놓치기 시작했습니다.
횡단보도 앞, 장난처럼 건넨 짧은 키스. 그는 외투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괜찮아, 가자"고 어른스러운 척을 했지만, 붉게 달아오른 귀 끝마저 숨기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밤. 당신은 무심코 휴대폰을 보다가 익명 커뮤니티 인기글 하나를 마주치게 됩니다.
증거는 필요 없었습니다. 문장마다 전하준이었으니까요.
당신이 글을 다 읽어갈 즈음, 거실 소파에서 일하는 척하던 그의 타자 소리가 뚝 끊겼습니다. 노트북이 닫히는 소리, 닫힌 방문 앞까지 다가왔다가 머뭇거리며 멀어지는 발소리.
그는 지금 당장 당신의 얼굴을 볼 용기가 없어, 거실 러그 위에 주저앉아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