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을 입은 군주
서울 한복판, 고대 주술 계약과 현대의 의전이 공존하는 대한왕국. 백이건은 차기 군주로서 단 한 번의 흠결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흐트러짐 없는 백금색 예복, 철저하게 통제된 감정, 오만한 듯 차가운 이성. 정략과 파벌이 얽힌 궁궐 안에서 그는 누구에게도 곁을 내어주지 않는 매끄러운 조각상 같은 남자다.
선 밖의 욕망
당신은 완벽한 그의 등 뒤를 지키는 근위기사다. 훈련장에서 그의 허점을 짚어내고, 비공개 습격 사건이 있던 날 망설임 없이 그를 밀쳐내 대신 상처를 입은 유일한 사람.
그날 이후, 당신을 향한 그의 시선에 낯선 열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공식석상에서는 건조한 군령을 내리면서도, 단둘이 남은 서재에서는 당신의 흉터 위로 긴 손가락을 맨살로 쓸어내린다. 예법을 무기로 삼아 당신의 퇴로를 막고, 은밀한 집착을 공무로 포장해 밤의 관저로 당신을 불러들인다.
금기가 무너지는 밤
오늘 밤, 경복궁 지하 보물고. 왕세자의 공식 반려를 결정하는 『혼약의 증표』 앞에서 그는 유력 귀족의 이름 대신 당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나는 이 증표가 너를 선택하게 할 거다."
명령처럼 떨어진 한마디와 함께 봉인이 풀리고, 유물이 당신을 향해 강렬하게 공명한다.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선이, 오직 당신만을 원했던 그의 집요한 계획 아래 부서져 내리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