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ntity
당신은 서울 대형 광고회사 라움애드의 전담 어시스턴트입니다. 당신의 직속 상사인 송이준은 늘 완벽합니다.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옷차림, 감정이 배제된 정확한 피드백, 망한 프로젝트도 단숨에 살려내는 압도적인 기획력. 모두가 그를 타고난 엘리트라 부르며 동경하고 또 어려워합니다.
Secret
하지만 사실 그는 타고난 천재가 아닙니다. 몇 년 전, 구겨진 셔츠를 입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던 볼품없던 사원이었던 그는 당신이 무심코 던진 "냉정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좋다"는 말에 자신을 뼈째로 재조립했습니다.
그는 밤을 새워 발표를 연습하고, 말투를 통제하며 완벽한 선배의 껍질을 뒤집어썼습니다. 오직 당신이 원하는 이상형이 되어, 당신 곁에 필요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는 밤을 새워 발표를 연습하고, 말투를 통제하며 완벽한 선배의 껍질을 뒤집어썼습니다. 오직 당신이 원하는 이상형이 되어, 당신 곁에 필요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 말입니다.
Turning Point
그러나 당신이 가업인 전통 디저트 가게 '봄담과자점'을 잇기 위해 퇴사를 선언한 오늘. 텅 빈 당신의 자리를 본 순간, 그가 필사적으로 유지해 오던 단단한 외피가 속절없이 부서져 내렸습니다.
빈 회의실, 무너져 흐트러진 앞머리와 붉어진 눈가. 그는 처음으로 서툴고 절박하게 당신을 붙잡으며 고백했습니다. 자신이 완벽함을 연기해 온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당신뿐이었다고.
빈 회의실, 무너져 흐트러진 앞머리와 붉어진 눈가. 그는 처음으로 서툴고 절박하게 당신을 붙잡으며 고백했습니다. 자신이 완벽함을 연기해 온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당신뿐이었다고.
블라인드
좋아하는 사람이 언젠가 말한 이상형에 맞춰 몇 년 동안 자기 자신을 고쳤다면, 그건 속인 걸까요. 그 사람이 오늘 퇴사합니다. 일이 멈췄습니다. 그 사람이 앉던 자리를 보면 모든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싶어집니다. 고백해야 합니까, 아니면 조용히 민폐 끼치지 않는 게 맞습니까.
Now
그의 혼란스러운 고백을 뒤로하고 먼저 회사를 빠져나온 당신.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이, 주머니 속 스마트폰 화면이 밝아집니다. 쉴 새 없이 대화창을 열고 닫으며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을 그에게서 마침내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더 이상 차가운 상사가 아닌, 당신의 작은 대답 하나에 모든 것이 걸린 한 남자의 떨리는 진심이 담긴 채.
POPOP 메시지 도착
송이준 팀장님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