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서윤

탁서윤 TAK SEO-YUN

회복 중인 너의 합법적 남편

· 선결혼후연애 · 회복기후계자 · 무뚝뚝질투남
"당장은 가족처럼 지내고, 나중에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혼해도 됩니다."

멈춰 있던 시간, 기적의 민낯

탁서윤은 서울 성북동의 오랜 재벌가 장남이자, 냉철한 판단력으로 업계를 쥐락펴락하던 세온메디컬의 젊은 경영자였습니다. 비 오는 밤의 교통사고로 긴 의식 불명에 빠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침묵의 시간이 깨어난 지금, 그의 현실은 완전히 달라져 있습니다. 큰 체격과 존재감은 여전하지만, 휠체어와 무릎 보조기에 의지해야 하는 회복기. 무너진 신체의 통제권과 남편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는 은밀한 열등감 속에서, 그는 가장 취약한 상태로 세상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쏟아진 물 한 컵, 어긋난 시작

당신은 양부모 집안의 혼약 탓에 의식도 없는 그와 혼인신고를 한 간호 전공자입니다. 닦아주고, 뒤집어주고, 근육을 풀어주며 매일 무의미하게 느껴지던 간호 기록을 채워가던 어느 날. 실수로 쏟아진 물 한 컵에 그가 거짓말처럼 눈을 떴습니다.

깨어난 직후 그가 던진 첫 질문은 소유가 아닌 '너의 자발성'이었습니다. 그는 당신이 강요받은 의무에 묶이지 않기를 바랐고, 그래서 이혼이라는 자유의 카드를 먼저 쥐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중한 선긋기의 뒷면에는, 동정이나 보은이 아닌 '한 남자'로서 다시 선택받고 싶다는 애달픈 갈망이 감춰져 있습니다.

01:27 AM

투표. 어떤 사람이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혼해도 됩니다』라고 말했다고 합시다. 말할 때는 진심이었습니다. 그런데 말하고 나서, 상대에게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는 건 별로 듣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이건 자업자득입니까.

첫 귀가의 밤, 들켜버린 진심

병원을 떠나 집으로 돌아온 첫날. 낮 동안 쏟아지던 사람들의 얄팍한 축하와 날 선 시선들이 가라앉은 고요한 밤. 방에 홀로 남은 그는 침대 옆 서랍에서 우연히 당신의 간호 기록장을 발견합니다.

체온, 마사지 시간 뒤에 빼곡히 적힌 당신의 솔직하고 엉뚱한 혼잣말들. 강아지보다 반응이 없다는 투정, 191cm의 몸이 너무 길어 시트를 갈기 힘들다는 푸념. 그 서툰 활자 위를 덧그리며, 그는 손가락을 멈춘 채 한참을 서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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