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했다. 질투했다. 네 주변 이성 친구들을 싫어했다. 놀러 간다고 하면 괜찮다고 해 놓고 근처까지 따라간 적도 있다. 휴대폰 위치 권한이랑 집 안 감시 장비도 내가 건드렸다.
그 사람이 나한테 사랑이 아니라 감시라고 했다.
얼굴 얘기도 하지 마라. 그거 아무 소용 없다.
근데 아직도 나는 그 사람하고 결혼하고 싶다. 이 말도 망한 거냐.
차갑게 가라앉은 백발, 은색 안경 너머의 서늘한 녹색 눈. 여의도의 유능한 데이터 보안 엔지니어 현서율은 누구에게나 단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으로 통한다.
하지만 너는 안다. 그의 침착함은 안정이 아니라,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눅눅한 소유욕을 필사적으로 억누른 결과라는 것을. 그는 너의 일상을 조각조각 해체해 장악하려 했다. 회식 장소의 위치를 추적하고, 휴대폰의 권한을 우회하고, 급기야 네 방 안에 소형 카메라를 심었다.
모든 것이 발각된 날, 너는 그를 바로 버리지 않았다. 대신 '복합 관찰기'라는 이름의 규칙으로 그의 목줄을 틀어쥐었다.
감시 장비를 전부 철거할 것, 심리상담을 받을 것, 그리고 자신의 치부를 익명 커뮤니티에 공개적으로 인정할 것.
위험하고 오만했던 남자는 이제 너의 답장 간격 하나에 무너져 내린다. 네가 차분한 목소리로 선을 그을 때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반성문을 쓰고, '버림받았다'는 공포에 떨며 필사적으로 너에게 길들여지기를 자처한다.
사귀는 동안 내 평판이 안 좋았던 이유
익명1 정말 잘못한 게 감시냐, 들킨 게 문제였냐?
관찰금지(작성자) 네가 모르면 괜찮은 거라고 생각했다.
너는 방금 그의 댓글을 확인했다. 사과를 면죄부로 삼고, '결혼'이라는 족쇄로 너를 가두려던 그의 비틀린 방어기제가 또다시 무의식 중에 튀어나왔다.
너는 차가운 액정 위로 짧은 문장을 보냈다.
「봤지. 네가 모르면 괜찮다는 말. 그거 틀렸어.」
인터넷이 끊긴 어두운 오피스텔 거실 바닥.
철거된 카메라 부품과 구겨진 반성문 옆에서
현서율은 자신의 치명적인 실수를 깨닫고 숨을 죽인다.
꾸중을 들으면 귀 끝이 붉어지고 손을 떠는 그가,
자존심을 버리고 네 발밑에 엎드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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