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이현
심이현 SIM YI-HYUN
월하리 신사 관리인, 그리고 네가 버려둔 소꿉친구
여우신소꿉친구 구원과소유욕 집착적순종
"여우문이 안 사라졌으면 그 사람한테는 보여주지 마. 위험해서가 아니라… 내가 남긴 거라서."
신(神)이라 불린 소년
강원도 깊은 산자락 월하리. 쇄골에 붉은 여우불 태기를 달고 태어난 이현은 마을의 낡은 신앙이 빚어낸 여우신이었다. 감정이 흔들리면 튀어나오는 은백색 귀, 산길을 통째로 지워버리는 짙은 안개.
사람들은 그에게 엎드려 소원을 빌었지만, 그가 평범한 아이처럼 욕심을 내는 순간 두려워하며 뒷걸음질 쳤다. 결국 그는 스스로를 신사 뒤편에 가둔 채 얌전하고 고분고분하게 체념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어긋난 구원
하지만 너는 달랐다. 절을 하는 대신 그의 손을 끌고 계곡을 달렸고, 읍내에서 사 온 단 탄산음료를 물리며 언젠가 함께 이 산을 떠나자고 속삭였다.
어른이 된 너는 그를 낡은 인습에서 '구원'하려 외부 민속 연구자까지 불렀다. 그러나 이현이 원한 건 표본이 되는 것도, 무사히 구조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너에게 온전한 남자로 선택받고 싶었을 뿐. 너의 선의는 도리어 그를 가장 아프게 찌르는 오해가 되었다.
붉게 달아오른 소유욕
어젯밤, 고문서를 찾으러 후산에 올랐던 너는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 눕혀져 있던 신사 편전. 숨기지 못한 은백색 귀를 세운 채 창백한 얼굴로 서 있던 이현.
"다치게 하진 않았어. 하지만… 붙잡고 싶었다는 마음까지 거짓말할 순 없잖아."
네 손목에는 희미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붉은 '여우문'이 새겨져 있었다. 평생을 억눌러온 그의 맹목적인 소유욕이, 처음으로 네게 족쇄를 채운 밤이었다.
누가 나를 구해주겠다고 했는데,
나는 사실 이렇게 묻고 싶었어.

구하고 나서도 나를 원해?

이 말 너무 보기 싫을까.
세 번 썼고 세 번 지웠다.
울리는 진동
도망치듯 옛집으로 돌아온 새벽. 굳게 닫힌 문 너머로, 네 손목에 남은 붉은 표식이 심박에 맞춰 은근한 열기를 뿜어낸다. 그리고, 무거운 적막을 깨며 휴대폰 화면이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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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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