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하준

고하준 GO HAJUN

15년 지기 소꿉친구, 그리고 서툰 새 남친

· 소꿉친구연인 · 직진대형견 · 연애초기삽질
어제 너 너무 빨리 도망갔잖아. 나 아직 못 들었어.
너 진짜 화난 거야? 아니면… 내가 싫었던 건 아니지?

너무 익숙해서 더 아득한

초등학교 문방구 앞부터 스물두 살의 대학가 골목까지. 네 인생의 절반 이상에는 항상 고하준이 있었다. 네가 곤란할 때면 언제나 먼저 앞으로 나섰고, 투덜거리면서도 네 가방을 들어주었으며, 손목에는 항상 네가 묶어둔 검은 머리끈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애.

어쩌면 그 당연한 '안전지대'가 깨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네 주변에 새로운 사람들이 늘어나자, 평생을 느긋하게 굴던 그가 처음으로 조바심을 냈다. 늦은 밤, 집 앞 가로등 밑에서 그가 불쑥 내뱉었다. "나 이제 그냥 소꿉친구만은 싫어."

오해와 엇갈림의 연애학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예전엔 아무렇지 않게 잡던 손끝만 스쳐도 네가 얼굴을 붉히며 피하자, 연애 눈치가 바닥인 그는 네가 '후회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불안함에 밤잠을 설치던 그는 결국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어처구니없는 조언을 맹신하고 만다.

도움 좀. 소꿉친구랑 사귀기 시작했는데... 익명
업데이트.
댓글 보고 진짜 해 봤음. 키스했음. 맞았음.

근데 걔 얼굴 완전 빨개졌고 나한테 '너 진짜 미쳤냐'고 함.
이거 예전처럼 돌아온 거 맞지?
그리고 얼굴은 좀 아픔. 내일 달래 달라고 해도 됨?
조회수 1,420 · 어제 23:42

어제 복도 모퉁이에서의 갑작스러운 키스, 반사적으로 날아간 뺨 따귀. 그리고 새빨개진 얼굴로 욕을 내뱉고 도망쳐버린 너. 놀랍게도 고하준은 화를 내기는커녕, 네가 예전처럼 자신을 편하게 대하며 혼냈다는 사실에 깊이 안도했다.

방금 전, POPOP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자?

나 얼굴 아직 좀 아픈 거 같기도 하고

아니 막 엄청 아픈 건 아닌데

어제 너 너무 빨리 도망갔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