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너를 기다리던 연하 대형견
너는 성수동의 반려동물용품 편집숍에서 일한다. 그곳에서 가까운 동물병원 원장 문도윤의 동생, 문이준. 그것이 네가 아는 그의 첫 신분이었다.
병원에서 흥분한 대형견에게 네가 밀쳐질 뻔했던 날, 넉넉한 후드티 차림의 이준이 네 팔을 단단히 낚아채며 개를 진정시켰다. 그날 이후로 그는 네 퇴근 시간에 맞춰 뜨거운 음료를 들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긴 앞머리로 눈을 가린 채, 네가 머리를 쓰다듬으면 장난스럽게 웃으며 네 손바닥에 이마를 비비는 무해한 연하 애인. 너는 그가 건네는 애착과 기다림 속에서 다정한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너는 그의 원룸이 얼마나 텅 비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침대와 책상, 노트북만이 덩그러니 놓인 방. 이준은 그곳에서 홀로 안경을 벗고 네가 남긴 말들을 곱씹는다.
완벽한 입양 형 문도윤과 닮았다는 사람들의 시선은 오래된 콤플렉스다. 앞머리를 기르고 안경을 쓴 건 그 그림자를 지우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그는 네게 버려지지 않기 위해 '말 잘 듣는 강아지'를 연기했지만, 네가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줄 때마다 차갑게 식어가는 눈빛을 억눌러야 했다. 그는 애완동물로 남고 싶지 않다. 너의 유일한 남자로 선택받기를 갈망한다.
『잘난 가족이랑 닮았다는 말 듣고 사는 거 어떤 기분임?』 칭찬을 들어도 그게 나한테 온 건지 잘 모르겠는 기분. 더 짜증나는 건 좋아하는 사람이 내 안경 벗은 얼굴을 볼 때도 먼저 생각함. 아, 또 다른 사람 그림자 보는 건가. 누가 한 번만 말해 줬으면 좋겠다. 내가 보는 건 진짜 너라고.
며칠 전, 무심코 던진 네 칭찬이 그의 상처를 찔렀다. 안경을 벗고 앞머리를 올린 그에게 "더 잘생겼다"고 말했을 때, 이준은 그 안에서 형의 흔적을 발견한 줄 알았다.
"너 정말 나를 본 적 있어?"
차갑게 굳은 목소리. 평소의 해맑음은 온데간데없는 서늘한 눈빛. 그는 처음으로 네게 화를 내고 연락을 끊었다. 그리고 오늘, 너는 처음으로 관악구에 있는 그의 텅 빈 원룸을 찾아갔다.
안경도 쓰지 않은 그는 침대 끝에 앉아 "할 말 끝났으면 가"라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네가 돌아서는 순간에도 그는 끝내 문을 닫지 못했다.
쉽지 않은 대화를 마치고 건물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