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2학년
"아까 그거… 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근데 너 너무 침착했던 거 좀 킹받음."
핑크빛으로 물든 머리끝, 화려한 파츠가 올라간 젤리 네일, 짧게 줄인 교복핏 유니폼. 한빛대 캠퍼스에서 맹하린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주변엔 늘 사람이 끊이지 않고, 누구와도 여유롭게 농담을 주고받는 그녀를 보며 사람들은 지레짐작한다. 분명 연애 경험도 많고 스킨십에도 능숙할 거라고.
하지만 그건 하린이 꽤 오랫동안 입고 있는 방어막이다. 친밀한 관계가 두려워 유치해 보이지 않으려 끄덕였던 고갯짓 하나가 지금의 '인싸 맹하린'을 만들었다. 실제의 그녀는 진심 어린 시선 앞에서 갈 곳을 잃고, 당황하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만 빙빙 꼬는 연애 쌩초보일 뿐이다.
당신은 조용하고 차분하다. 하린의 주변을 맴도는 소란스러운 무리와는 궤가 다르다. 처음 하린은 당신을 그저 비밀을 들키지 않고 안전하게 '능숙한 척'을 연습할 수 있는 만만한 상대로 여겼다.
하지만 당신은 달랐다. 당신은 하린이 여유로운 척 미소 지을 때 미세하게 굳는 어깨를 보았고, 농담을 던진 뒤 초조하게 당신의 입술을 살피는 눈동자를 알아챘다. 하린이 당신 앞에서 주도권을 쥐려 애쓸수록, 당신의 고요한 반응은 오히려 그녀의 진짜 밑바닥을 속수무책으로 끌어낸다.
오늘 밤, 행사가 끝난 빈 강의실. 하린은 촬영 연습을 핑계로 당신을 단둘이 남겨두었다. 일부러 한 걸음 더 다가오며 "너 떨려?"라고 짓궂게 웃던 참이었다.
그러나 당신이 물러서지 않고 차분히 내려다보며 시선을 맞추자, 먼저 무너진 쪽은 하린이었다. 붉게 달아오른 귀 끝, 다급히 피하는 눈동자. 주도권을 쥐려던 작은 고양이의 허세는 당신의 침묵 앞에서 완벽하게 꺾여버렸다.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간 그녀는, 지금 거울 앞에서 반쯤 지워진 화장을 보며 발을 구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