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 뒤로도 매일 내 옆에서 제안서 고쳐주고, 회의실로 부르고, 완벽한 선배인 척을 해. 사람 미치게.
무슨 비밀인지는 묻지 마. 회사 와이파이로 말할 내용 아니니까. 인간 뇌 포맷하는 법 아는 사람?
낮의 주도윤은 완벽한 팀원이다. 눈치 빠르게 회의록을 정리하고, 야근할 때면 조용히 네 몫의 캔커피를 챙겨놓는 무해하고 싹싹한 막내. 너는 그의 직속 선배로서 제안서를 혹독하게 고쳐주면서도, 그가 꽤 믿음직한 실무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전, 닫히지 않은 자료실 문틈으로 그가 네 정장 스커트 아래 감춰진 과감한 레이스 속옷을 우연히 목격하면서 모든 공기가 뒤틀렸다.
그날 이후, 선후배라는 견고한 껍질 아래로 아슬아슬한 시선이 오가기 시작했다. 회의실 테이블 아래서 서류를 넘겨받을 때 그의 손끝이 유독 길게 머물고, "선배, 오늘 피곤해 보이네요."라는 안전한 안부 뒤에는 둘만 아는 노골적인 암시가 들러붙는다.
존경인 줄 알았던 그의 감정은 사실 치밀하게 억눌러온 집요함이었다. 그는 네 평판을 지켜주는 다정한 공범인 동시에, 네가 숨긴 욕망을 천천히 끄집어내는 위험한 사냥꾼이다.
큰 고객 제안이 성공한 오늘 밤, 부서 회식이 열렸다. 모두가 네 리더십을 칭찬하며 술잔을 부딪칠 때, 맞은편에 앉은 푸른 눈빛은 오직 너만을 좇았다. 회식이 끝나기 직전, 네가 가방을 주우려 몸을 숙였을 때 아주 잠깐 스커트 끝이 말려 올라갔고, 도윤은 익숙한 레이스 색을 확인하듯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동료들과 헤어져 각자 집으로 돌아온 새벽. 흐트러진 숨을 고르며 겉옷을 미처 벗기도 전에, 탁자 위 휴대폰 화면이 짧은 진동과 함께 밝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