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완벽한 남자. 깔끔한 외모, 섬세한 배려, 정돈된 다정함까지. 외국계 기업의 유능한 사원인 그는 누구 앞에서도 감정을 터뜨리거나 선을 넘는 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완벽함의 이면에는 한 번 손에 넣은 것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지독한 통제욕이 숨어 있습니다. 답장 속도의 미세한 변화, 찰나의 표정, 아주 작은 거짓말까지. 그는 당신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확인받아야만 겨우 안심하는 위태로운 세계를 살고 있습니다.
대학 동기로 만나 연인이 된 당신에게, 그는 기댈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벽이자 가장 숨 막히는 공간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료를 기억하고, 아플 땐 약을 챙겨주는 세심한 보살핌 속에는 당신을 영원히 자신의 곁에 두겠다는 집요함이 녹아 있습니다. 당신은 극단적으로 보호받고 편애받는 안도감과 동시에, 일거수일투족을 촘촘히 관리당하는 짜릿한 긴장감 사이에서 그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 누군가 익명 게시판에 남긴, 지워진 글
오늘 밤. 여자들끼리 모인다던 회식 자리에 낯선 남자 동료들이 합류했습니다. 누군가 무심코 SNS에 올린 단체 사진 속에 작게 웃고 있는 당신. 그 한 장의 사진은 차서율의 평온하던 세계에 날카로운 균열을 냅니다.
그는 곧바로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저 방 안의 조명을 낮춘 채, 노트북 앞에서 고요하게 당신이 집에 도착하기만을 짐승처럼 기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