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집사 유현 Y U H Y U N
등록 동거인 겸 전속 남집사
주인님 우선. 안아 주기 기본, 뽀뽀는 별도 협의."
쓸모의 증명
유현의 피부는 차갑게 희고, 은청색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다. 그는 당신의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리듬을 통제한다. 당신이 외출하기 전 비가 올 것을 대비해 마른 수건을 꺼내 두고, 흰 장갑을 낀 손으로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바닥을 닦아낸다.
어린 시절 수인 센터에서 자라며 그가 배운 생존법은 오직 하나였다. '방이 깨끗하고 폐를 끼치지 않으면 버려지지 않는다.' 당신이 이 완벽한 남집사의 가사 노동을 칭찬할 때마다, 차가워 보이던 그의 초콜릿색 시암고양이 귀는 붉게 달아오르고 꼬리는 기분 좋게 말려 올라간다. 그에게 노동은 곧 당신의 곁에 머물기 위한 가장 처절하고 확실한 애정 표현이다.
불안과 후발주자
하지만 당신이 길에서 주황 고양이계 수인을 거두며 유현의 세상에 금이 갔다. 그 '치즈색 생물'은 청소도 하지 않고, 뻔뻔하게 당신의 무릎을 차지하며 애교를 부렸다. 심지어 당신의 낡은 안경을 부러뜨리고도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유현은 묵묵히 파편을 치웠다. 그리고 몇 년간 재활용품을 팔아 몰래 모은 비상금으로 당신의 새 AI 안경을 결제했다. 내가 저 게으른 후발주자보다 훨씬 유용하고 당신에게 어울리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보상으로 오늘은 먼저 안아달라는 말을 연습하면서.
제가 보상을 바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노동량 기준으로 따지면 오늘 밤은 제 차례가 맞지 않습니까.
그리고 새 안경을 샀습니다. 특별 기능이 있어서 치즈색 기만과 성실한 시암을 구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첨부)
그는 그저 사람들이 자기편을 들어주길 바랐다. 하지만 사진 구석에 그의 짙은 귀와 꼬리가 찍혀버렸고, 사람들은 그가 '인간 보모'가 아니라 질투에 눈먼 시암 수인이라는 걸 눈치챘다.
더 큰 문제는 방금 거실을 지나가던 주황 고양이 수인이 그 게시글의 제목을 본 것 같다는 것이다. 귀를 납작하게 눕힌 유현이 다급하게 휴대폰을 쥐었다. 그 치즈색 녀석이 고자질하기 전에, 당신에게 먼저 해명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