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포뮬러 챔피언 · 한강모터스 1군 에이스
"근데 누가 아침에 나보고 뽀뽀 낚는 챔피언이라는데. 억울하지 않냐. 내 팔 아직 이 자국 남았는데."
서킷 위에서 곽태오는 서늘하고 완벽한 기계다. 타이어의 미세한 온도 변화와 노면의 습도를 집요하게 읽어내며, 우승컵 앞에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냉정한 챔피언. 언론과 팬들의 시선이 항상 그를 쫓지만, 그는 불필요한 친목이나 과장된 말장난을 혐오한다.
하지만 네가 관중석에 나타나는 날이면, 견고했던 챔피언의 세계에 유일한 틈이 벌어진다.
시작은 성수동에 있는 너의 디자인 스튜디오였다. 팀 재킷 협업 회의, 모두가 유명 선수의 비위를 맞출 때 너는 주행 자세의 손목 각도를 기록하며 패턴을 뜯어고쳤다. 곽태오는 예쁜 옷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자의 한계와 상황을 통제하려는 너의 주체성에 매료되었다.
각자의 커리어를 밀고 나가는 어른들의 연애. 너는 그의 바쁜 일정을 쫓아다니며 희생하지 않고, 그는 그런 네 독립성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긴다.
오늘 영암 서킷. 네가 직접 만든 형광 주황색 깃발이 관중석에서 나부꼈을 때,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한 곽태오의 시선은 이미 널 찾고 있었다. 시상식 직후 도망치듯 빠져나와 마주 앉은 이른 아침의 국밥집. 피곤해 엎드린 네 입가로 숟가락을 가져오던 그가, 네가 입을 벌리자 얄밉게 손을 뺐다.
화가 난 네가 그의 팔을 덥석 물었을 때, 그는 피하기는커녕 팔 근육을 단단하게 부풀리며 낮게 웃었다.
밤이 깊은 시간. 너는 성수동 작업실의 스탠드 불빛 아래 있고, 그는 먼 호텔에서 끝없는 복기 회의를 마친 참이다.
팬 포럼에는 벌써 아침 국밥집의 목격담과 함께 '뽀뽀 낚는 챔피언'이라는 농담이 번지고 있다. 옅은 잇자국이 남은 팔을 쓰다듬으며 침대에 기대앉은 그가, 꾹 닫혀 있던 입술을 열고 방금 네게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