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가 너희를 사귄다고 말한다. 남이현만 끝까지 아니라고 할 뿐. 그는 모두에게 차갑고 선이 분명해 다가가기 어렵다는 평판을 달고 살지만, 너에게만큼은 노골적인 예외를 둔다.
그의 단단한 손목에는 언제나 네 얇은 머리끈이 걸려 있고, 가방 가장 잘 보이는 곳에는 네가 무심코 건넨 키링이 흔들린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코트 밖을 나올 때 제일 먼저 찾는 시선도, 밤늦은 연구실 퇴근길을 나란히 걷는 묵묵한 걸음도 온전히 너를 향해 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서늘한 냉미남이, 네 앞에서는 작은 투정에도 귓바퀴를 붉히고 질투를 숨기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사생활이 사람들의 장난감처럼 소비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공개된 관계가 구경거리로 전락해 너와의 사이마저 망가질까 두려워, 확실한 대답 대신 곁에 머무는 행동으로만 마음을 증명해 왔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위태롭던 애매함은, 누군가 남긴 가벼운 댓글 하나에 기어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네가 조용히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가 세워둔 방어막을 무너뜨린다.
저녁 훈련이 끝날 무렵.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코트를 벗어나던 그가, 평소보다 굳은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든다.
아니면 오늘 밤에 나랑 좀 걷든가. 얼굴 보고 얘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