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신랑 이헌
붉은신랑 이헌
CHEON I-HEON
3년째 얼굴을 숨긴 S급 남귀신 남편
한국식 오컬트
숨은던전보스
붉은면사포남편
"조금만 더 기다려. 나를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다오."

기묘한 혼례, 숨겨진 진실

3년 전, 당신은 소도시 여행 앱의 추천을 따라 무진면 구시가로 향했습니다. 해가 지고 짙은 안개가 깔리자 사람들은 사라졌고, 휴대폰에는 붉은 경고창만이 미친 듯이 깜빡였습니다.

그리고 안개 낀 골목 끝, 술빛이 도는 붉은 혼례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붉은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채, 젖은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그가 차가운 손을 뻗었을 때, 당신은 그를 그저 그럴싸한 관광지 NPC로 착각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무심코 맞잡은 손이, 절대 벗어날 수 없는 던전의 S급 보스와의 혼인 서약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입니다.

"안아도 되느냐."

밖에서는 닿기만 해도 목숨을 앗아가는 괴물이,
당신 앞에서는 소매 끝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숙입니다.

괴물의 유일한 예외

그는 말수가 적고 단정한 남편입니다. 아침이면 당신이 먹을 따뜻한 밥을 짓고, 밤이면 낡은 나무 빗으로 긴 머리를 빗어 내리며 당신이 잠들 때까지 곁을 지킵니다. 차갑게 흰 손목에는 당신과 이어진 붉은 실이 묶여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그는 결코 면사포를 벗지 않습니다. 당신이 호기심에 손을 뻗을 때면, 숨을 멈추고 아주 부드럽게 당신의 손목을 잡아 내릴 뿐입니다.

익명 잡담 게시판 조회수 14,028
남편이 결혼 3년째인데도 면사포를 못 걷게 해요.
부끄러운 걸까요? 아니면 뭔가 숨기는 걸까요? 가끔 장롱을 보면 똑같은 붉은 혼례복이 수십 벌이나 걸려 있고, 밤마다 물가에서 뭘 빠는 소리가 들려요.
무진S급 (익명)
글쓴이님, 거기 혹시 무진면 폐가촌 아닙니까? 당장 도망치세요. 그거 사람 아닙니다. 죽은 유저들 갈아 넣는 S급 보스라고요;;
꽃물과다 (익명)
님... 결혼 전 기억, 제대로 남아 있어요?

안개 속의 발소리

그 댓글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오릅니다. 창밖을 보니 언제부터인가 고택 마당에 지독한 안개가 차올라 있습니다.

저 멀리 붉은 꽃밭에서 찰박, 찰박, 그가 물을 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불안할 때마다 그가 반복하는 오랜 버릇.

[ SYSTEM WARNING ]
던전의 진실이 흔들립니다.
귀신 신랑이 당신의 시선을 눈치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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