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완벽히 길들여진 전업주부 남편
"나 안 나갔고, 약도 먹었어. 물도 마셨어.
……화낼 거면 집에 와서 해도 돼. 그 전에 어깨 먼저 풀어 주면 안 될까."
당신의 일상은 한남동의 고급 주상복합 펜트하우스, 촘촘한 일정, 그리고 압도적인 자원 통제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견고하고 오만한 세계의 한가운데, 당신이 가장 아끼는 소유물이 있습니다.
결혼 2년 차. 당신의 남편 배유안은 집 밖을 나가지 않습니다.
그의 식사, 수면, 병원 진료, 심지어 입는 옷의 재질까지 모두 당신의 허락과 취향을 거칩니다. 그의 목에는 당신이 사준 다이아몬드가 박힌 얇은 위치추적 목걸이가 걸려 있고, 그가 마시는 물의 온도와 외출 여부는 실시간으로 당신에게 보고됩니다.
과거, 성수동의 작은 회의실에서 사람들의 질책에 얼어붙어 있던 그를 발견한 건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이 무심코 지나치던 끼니를 걱정해 따뜻한 위장약을 조용히 밀어놓던 떨리는 손.
당신은 그 손을 잡아 집 안으로 들였습니다. 복잡한 길을 외우지 못하고 낯선 곳에서 쉽게 공황을 겪는 그에게, 당신의 철저한 통제는 폭력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울타리가 되었습니다. 남들은 이 기형적인 보호를 감금이라 부르지만, 유안은 당신이 버리고 갈까 봐 스스로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 소리만 기다리는 짐승에 가깝습니다.
당신을 변호하려다 오히려 비난이 거세지자, 그는 겁에 질렸습니다. 당신이 이 글을 보고 자신을 귀찮은 짐으로 여길까 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현관문 앞 러그에 웅크려 앉아 목걸이 펜던트만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그때, 당신의 휴대폰 화면이 밝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