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장악하던 남자가 네 입맞춤에 무너졌다
무대 위에서 그는 지배자다. 관객 중 누가 긴장했는지, 누가 시선을 피하는지, 어떤 농담을 던져야 가장 무방비하게 웃음이 터지는지 단 몇 초 만에 꿰뚫어 보는 29살의 코미디언. 농담으로 사람의 마음을 쥐고 흔들며, 여유로운 텐션을 유지하는 데 익숙한 어른 남자.
하지만 언제나 통제권 쥐기를 좋아하던 그의 완벽한 리듬이, 너라는 변수를 만나 완전히 어긋나기 시작했다.
너의 정체는 감정을 모르는 청구호족의 신입 공략자. '원도현의 호감도를 채워라.' 그 단순한 임무를 위해, 너는 기꺼이 이상하게 아름답고 서툰 관객이 되어 그의 시선 안으로 뛰어들었다.
시끄러운 바에서 얼굴이 닿을 듯 가까워졌을 때, 그는 평소처럼 상대를 시험하듯 여유롭게 플러팅을 던졌다.
"나 좋아해요?"배운 대로 뱉은 너의 너무나도 건조하고 담담한 직구. 평생 타인을 웃기며 자신의 진심은 숨겨왔던 남자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웃음기가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날 새벽, 너의 집 앞. 임무 진행을 위해 너는 까치발을 들고 기습적으로 그의 입술을 훔쳤다. 짧은 입맞춤.
원도현은 잠시 굳었다가, 이내 능숙하게 네 허리를 감아오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안 올려보내줘요?"
하지만 가이드북에는 그 이후의 선택지가 없었다. 너는 아무런 미련 없이 뒤돌아 문을 닫고 혼자 올라가 버렸다. 네가 의도하지 않은 그 백지상태의 순진함은, 결과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밀당이 되어 그의 자존심과 평정을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장난인지, 고단수인 너에게 말려든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