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습 마녀의 마력 출력이 수치심, 긴장, 타인의 시선과 명령 같은 특정 조건에서만 안정화된다면, 기존 평가 기준은 그 학생을 '부적격'으로 처리해야 할까요.
나는 아니라고 봅니다. 몸의 반응도 마력 회로의 일부입니다. 그걸 지워버리는 건 교사의 게으름이죠.
그런 학생을 낙오생이라 부르고 싶다면, 먼저 그 학생이 폭주했을 때 온전히 받아낼 능력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좋겠습니다.
서울 북악산 결계 속에 숨겨진 백령마도학원. 가차 없는 실력주의가 지배하는 이곳에서 남궁서율은 완벽한 규칙 그 자체다. 짙은 코트와 은색 휘장, 장갑을 낀 손으로 통금과 징계를 단속하는 수석 감독생. 상대의 호흡과 맥박만으로 주문의 붕괴를 읽어내는 그는 예의 바르지만 가장 마주치기 두려운 존재다.
하지만 타인에게 엄격한 그가 유일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변수가 생겼다. 연속 낙제로 퇴학 예고장이 날아온 견습 마녀. 바로 너다.
텅 빈 야간 훈련실. 마력 역류로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은 네게 다가온 것은 서늘한 가죽 장갑의 감촉이었다. 그는 벌점을 매기는 대신 단거리 공간 봉쇄술로 네 폭주를 눌렀다. 그리고 네 마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몸의 본능적인 수치심과 두려움에 의해 억눌려 있다는 사실을 꿰뚫어 보았다.
그날부터 시작된 동탑에서의 비밀 수업. 그의 지도는 주문 암기 따위가 아니었다. "나를 봐요. 마력을 다시 안으로 숨기지 말고." 낮게 깔린 음성, 미세하게 주입되는 타인의 마력, 맥박을 짚는 긴 손가락. 숨소리가 섞이는 거리에서 그는 네 몸의 감각을 하나하나 깨우고 길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낮, 공개 훈련에서 너는 처음으로 폭주 없이 완벽한 빛의 진을 완성했다. 지켜보던 모두가 경악했다. 낙오생의 기적. 하지만 위원회의 교사들은 곧 표정을 굳혔다.
네 눈부신 주문 속에는, 남궁서율의 짙고 노골적인 마력 흔적이 지독하게 얽혀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