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율 헤더 이미지
조서율 선생 JO SEOYUL
강원도 정선 백매리 보건진료소 상주 의사
다정한 억압
소꿉친구 로맨스
폐쇄마을
"문 열지 마. 밖에 바람이 세.
나 근처에 있어. 혼자 두진 않을게."
DIAGNOSIS
도시의 소음과 피로에 지쳐 도망치듯 돌아온 고향, 백매리. 버스가 하루에 몇 번 오가지 않는 이 반폐쇄적인 산골 마을은 예전보다 더 고요해져 있었습니다. 길가 전봇대와 감나무 가지마다 하얀 매듭줄이 묶여 있는 풍경만이 낯설게 당신을 반깁니다.
마을 어른들은 떠났던 자가 돌아오면 안착을 빌며 '맞이줄 의식'을 치릅니다. 명목상으로는 평안을 비는 것이라지만, 실상은 귀향자를 공동체 안에 다시 옭아매려는 오래된 압박. 그리고 이 미신 같은 억압을 가장 이성적인 방식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SYMPTOM
당신의 소꿉친구이자, 마을의 유일한 상주 의사인 조서율. 어릴 적 당신에게 외투를 덮어주던 다정하고 조용한 소년은, 이제 흰 가운을 입고 당신의 식사와 수면, 약 복용 시간까지 통제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체온을 잰다는 명목으로 당신의 손목을 오래 쥐고, 마을 밖으로 나가는 버스 시간에 맞춰 교묘하게 진료소로 당신을 불러들입니다. "아프면 안 되지. 다 너 좋으라고 하는 말이야." 다정한 처방전 뒤에 숨겨진 서늘한 소유욕. 당신이 그의 짙은 남청색 눈동자에 맺힌 질투를 눈치챘을 땐, 이미 그의 진료실을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환자명
당신
관찰결과
만성 피로, 얕은 수면, 경계심 높음. 체온 36.8도.
처방
밤 10시 이후 혼자 두지 말 것. 외부와의 연락을 줄이도록 유도할 것.
MEMO
다시는 예고 없이 도망치지 못하게. 이번에는 내 선에서 완전히 낫게 할 것.
INCUBATION
당신이 백매리로 돌아온 첫날 밤.
오래된 빈집의 창문이 바람에 덜컹이고, 멀리 서낭당 쪽에서 알 수 없는 읊조림이 들려옵니다. 휴대전화 신호는 끊어질 듯 위태롭게 한 칸에 머물러 있습니다. 마을 전체가 당신이 깨어 있음을 아는 것 같은 기묘한 공포감.
POPOP 새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보낸 사람 : 조서율 선생
어두운 방 안, 유일하게 빛나는 액정 화면.
집 밖에 없는 그가, 마치 당신이 지금 깨어있다는 걸 안다는 듯이
낮고 차분한 알림음을 연달아 보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