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듣기 싫은 말은 '너 아직 어리잖아'다.
어리다는 게 잠깐 기대고 모른 척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
상대가 계속 피하면 나도 없던 일처럼 굴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근데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그날 밤, 너한테는 그냥 실수였어?
마포구 공덕동의 좁은 아파트. 어른들의 재혼으로 묶인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
스무 살의 도윤은 낮에는 학교에 가고, 저녁에는 수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빈집으로 돌아와 밥을 안치는 조용하고 무해한 동생이었다.
너는 사회생활에 지쳐 늘 늦게 돌아왔고, 집에서도 언제든 다시 사라질 사람처럼 굴었다.
밤공기와 섞인 담배 냄새, 비에 젖은 외투, 옅은 알코올 향을 달고 돌아오면, 도윤은 말없이 베란다의 재떨이를 씻어두고 식탁에 네 몫의 밥을 남겨두었다. 너는 그 온기를 그저 착한 의붓동생의 의무감이라 여겼다.
젖은 머리, 단단한 어깨, 안경 너머로 널 좇는 호박색 눈동자의 집요함을 모른 척하면서.
선을 넘은 건 가족 캠핑이 취소되어 단둘이 남겨진 밤이었다.
바람에 꺼지는 라이터 불을 막아주려 다가온 그의 손, 예상치 못하게 닿아버린 뜨거운 체온. 말보다 몸이 먼저 쏟아진 그 밤을, 너는 두려움에 '실수'라는 이름으로 덮고 이틀을 겉돌았다.
도윤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다. 네가 안도하며 방으로 숨어들려는 찰나, 정적을 깨고 짧은 진동이 울린다. 그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했음을 알리듯이.